선관위의 '20세기식 선거관리행정' 벗어나야 합니다
선거비용 보전까지 받았으니 드디어 지방선거가 종결됐습니다. 선거를 치루면서 이제 선진국이라는 대한민국의 선거제도에 대해서는 낙제점을 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낙제점의 중심엔 선거법과 이를 운용하는 선관위가 있습니다. 먼저 국회가 정신차려야겠지요. 선거 막판에서야 점검하지 말고, 선거가 끝나자마자 점검하고 현실에 맞게 수정해야 합니다. 제재가 너무 많은 선거법이 문제라고 누구나 이야기하면서 왜 바꾸진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현실을 반영했다고는 하지만 선거운동원에 대한 비용도 대선과 지선이 달랐습니다. 여기에 고용산재보험에 대해서도 훅 도입하여 현장은 혼선 그 자체였습니다. 선거운동 음향장비에 대해서도 '정격' 기준을 적용했는데, 업체는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아 우왕좌왕했습니다. 이런 '기술적인' 부분에 시간을 쏟기보다 지역발전과 삶의 개선에 대한 정책을 만들고 알리는데 선거운동시간을 써야되지 않을까요?
제도를 운용하는 '선관위'는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답답한 조직일 것입니다. 20세기 어디쯤에서 한치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조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늘상 견제받지 못하는 기관이어서 일 수도 있습니다. 선거 때만 선관위 업무에 관심을 갖지 평상 시에 대한민국 선거제도가 어떻게 발전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없고, 그러니 선관위 스스로의 개선의지도 없어 보입니다. 선관위는 억울하다고 할 수 있지만 스스로 가장 보수적인 제도 적용에 대해 생각해봐야 합니다.
후보등록을 위한 서류제출 시 선거구명을 띄어썼다고 붙여써서 다시 제출하라고 합니다. 서울특별시서대문구제4선거구. 띄어쓰면 뭐가 문제입니까? 그게 더 자연스럽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붙여쓰지 않으면 서류수정을 요구합니다. 이러니 선관위에 가서 양식달라고해서 선관위 직원이 불러준대로 쓰는 게 일처리가 더 빠릅니다. 후보등록프로그램을 개발해서 하도록 한 점은 차라리 근래 가장 큰 개선입니다.
재검표 요청을 하려고 하니 접수하는 단위가 어딘지도 제대로 모릅니다. 돌리고 돌리고, 무슨 요청을 하는지도 모르고... 일반 집행부였다면 몇번이고 지적을 받고 또 받았을 지점입니다. 대민행정서비스 꽝인 조직이 선관위입니다. 대선 때 코로나 확진자 선거관리만 봐도 얼마나 조직이 해이해졌는지 알 수 있는 기관입니다.(그런 잘못을 하고도 버티다 버틴 수장이 있으니 뻔한 결과였을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선관위는 현장을 너무 모릅니다. 흔히 선관위가 '통상가'라는 걸 제시하고, 그 기준을 넘으면 보전이 되지 않습니다. 통상가가 업체의 터무니없는 가격제시를 막아주는 측면에서 순기능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공보물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종이값만 보더라도 현실성이 확 떨어집니다. 수요가 별로 없을 때 종이값에 대한 통상가를 정해 놓으면 수요가 확 높아지는 선거철까지 적용이 될까요? 더구나 종이업체는 선거운동 들어가기 일주일 전쯤에 종이값을 15%정도 올려버립니다.(차라리 종이없는 선거운동에 대한 연구를 선관위가 깊이 했으면 합니다.) 결국 보전요청 금액과 실제 보전해주는 금액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선관위와 금융기관이 협약을 맺어서 선거회계통장 개설 시 이체한도 등 통장개설에 따른 제재를 완화할 순 없었을까요? 후원회를 만들 때 그 무식한 "서울특별시서대문구제4선거구시의원예비후보차승연후원회" 같은 명칭을 쓰도록 해야 할까요? 세무서와 선관위가 협의해서 절차를 간소화할 수는 없을까요?
업무 하나하나가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서 신중을 기한 행정을 한다고는 하지만, 20세기 선관위는 분명 벗어나야 할 오명입니다. 선거제도개선 아이디어대회라도 열어서 좀 더 나아지는 선관위로 다시 태어나길 부탁드립니다. 선거행정을 위해 몇달 동안 애쓰신 선관위 직업 및 관계자들에게 노고에 감사드린다는 말씀과 더불어 선거행정의 주체로써 적극적인 개선노력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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