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협동조합에 대한 물음이 많아진다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협동조합 입문교육을 했다. 교육을 하면서 스스로 물음을 던졌고, 흐릿한 영상을 발견했다. 요즈음 달려드는 물음들이 있는데, 진중히 들여다보고 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 교육할 때 지식채널e에서 만든 FC바르셀로나 영상을 보면서 '협동조합마인드'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었다. 유니폼에 기업광고를 넣어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자존심을 팔지 말라고 거부하는 이들의 생각이 협동조합 교육을 하는 나에게도 퍼뜩 이해되지는 않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자본주의나 주식회사에 길들여진 경제관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그러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협동정신과 실천에 입각한 경제관을 갖는 것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해 본 것이다. 협동조합마인드의 실체가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딱 이거다라고 할 수준은 못 된다. 암튼 keep one!
서대문구 협동조합포럼 후 뒤풀이에선가 협의회 회장님이 협동조합 성장을 위해서는 협동조합 생산자 뿐만 아니라 '협동조합 소비자'도 필요하다고 하셨다. 그 때는 괜찮은 생각이라고만 느끼고 넘어갔는데, 요즈음 그 말이 자꾸 떠오른다. 제품을 생산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협동조합으로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것을 소비해 줄 바탕이 있어야 협동생산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협동조합 소비자는 어떻게 호명될 것인가? keep two!
오늘 교육을 하면서 물음표를 던졌던 이유는 오늘따라 교육이 수강생에게 꽂히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속 겉돌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강의를 하는 나에게 큰 문제가 있겠지만, 교안이 계속 켁켁 걸렸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협동조합을 설립하기 위해 교육을 들으러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 사업자협동조합을 만들려고 하는데, 교육 내용의 대부분은 소비자협동조합의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라고 보았다.
사업목적에 따른 법인격을 구분을 할 때도 사업아이템이 "이것이 돈이 돼?"라는 질문에 적합한 것이라면 영리조직인 주식회사를 하라 하고, "이것이 필요해?"라는 질문에 적합하면 협동조합을 하라고 하는데, (너무 단정적이다라고 할 순 있지만) 돈이 되냐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고, 어쩌면 전부일 수 있다. 그러면 협동조합 하지 말고 주식회사를 하시라고 보내야 하나?
결국 교안이 추구하는 교육의 내용이 뒤죽박죽이고, 교육을 들으려는 사람들의 욕구와 많은 부분 맞지 않다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역사, 개념이 대부분 소비자협동조합의 언어로 설명된다는 데 있다. '필요'를 강조했지만, 교육을 할 때마다 그 필요를 설명하는 것이 어려웠던 이유도 이런 부조화에서 비롯된 것이라 본다. 그래서 교안을 다시 구성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더불어 협동조합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소비자협동조합에 대해 다시금 근원적인 접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keep three!
에너지자립마을에 대한 지원이 끊겼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마을공동체에 대해 지원이 끊겼을 때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만들 것이냐라는 질문의 연장선이다. 그래서 모든 마을공동체가 협동조합을 만들 수는 없더라도 에너지협동조합을 만들어 에너지자립마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에너지협동조합 교육과정을 만들어서 진행하고 있다. 어제는 그간 교육을 들었던 분들이 하고 싶은 사업아이템을 들었다. 그러다 문득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에너지협동조합이 아니라 마을협동조합이 에너지 사업도 하는 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keep four!
종합하면 협동조합 마인드 + 협동조합 소비자 + 소비자협동조합 + 마을협동조합 = <마을을 사이트로 협동조합 마인드를 가진 소비자가 필요에 의해 설립한 소비자협동조합>에 대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할 때가 온듯하다. 이 소비자협동조합은 규모의 경제를 위해 수많은 주민들이 가입할 수 있는 문턱없는 협동조합이 되어야 할 것이고, 이 소비자들의 필요를 충족할 생산자협동조합이 설립되어 소비자협동조합과 생산자협동조합이 연대, 협동을 하는 모델이다. 그래서 이를 묶어 '협동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 200년 전 협동촌을 이야기했던 로버트 오웬의 글과 그의 삶을 먼저 보아야 할까?
어떤 '괴물'이 *^ ^*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고민이 하나의 상상으로 실천으로 나아간다는 점이 꽤나 설레게 한다.